2017  년 10  월 18일

통권 제 303호 2007년6월[304호] 통권 제 305호
  선우정담善雨情談
연꽃·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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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정담善雨情談 - 김선우
   연꽃·上

 
어머니. 당신은 목욕을 마치고 아침 일찍 가까운 절집을 향해가시고, 저는 사는 곳에서 퍽 먼 곳의 아름다운 절집 해인사에 내려와 있습니다. 오늘은 사월 초파일. 우리의 오랜 무명을 씻기 위
해 2500여 년 전 태어나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신 잔치를 어떻게 축하드릴까, 생각하는 밤이어요. 자신을 온전히 비웠다가 어여쁘게 다시 차오르고 있는 초파일의 상현달이 천년 전의 나무들
과 함께 고르고 너른 숨결을 풀어놓고 있는 깊은 밤. 경내를 거닐다 산문 아래까지 연등 밝힌 길을 따라 내려갔다 왔습니다.
초파일의 연등 앞에 서면 지상의 첫날처럼 마음이 떨립니다.
연등 행렬을 따라 가만히 마음을 놓아 보냅니다. 저 연등들은 시공時空이라는 물결 위에 떠 있는 저마다의 둥근 연꽃배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게는 연태蓮胎를 떠오르게 합니다.
등燈이 아름다운 것은 자신을 위해 밝혀 든 등일지라도 그 등불빛으로 타인의 길이 더불어 환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지요. 꽃 역시 모양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요. 향기는 가둘 수 없으니, 독점을 허락하지 않는 무소유의 마음을
가장 천진한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 꽃향기가 아닐까 싶
어요. 특히나 저 연꽃 향은 향기의 미덕이 지닌 깊은 절정을
부드럽게 일깨웁니다. 중생을 위해 중생 속에서 끝없이 현신하
는 거룩한 대자대비大慈大悲. 연못물속 한 송이 연꽃이 돋아나
 
는 조용하고도 극진한 미동을 알아차리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겠지요.
어머니. 정토에 왕생하는 사람은 모두 연꽃 속에서 태어난다고 해요. 어머니의 자궁에서 제가 자라고 태어난것처럼, 둥글고 환한 연꽃의 태胎속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을 상상해요. 고대 인도 브라만교에서는 혼돈의 물밑에서 잠자는 영원한 정령 나라야나(Narayana)의 배꼽에서 연꽃이 솟아났다고도 하는데요. 아, 참 어여쁘지요?
눈을 감고 상상해보세요. 새로운 생명과 어머니를 연결하는 배꼽으로부터 탯줄처럼 연줄기가 자라고, 부드럽고 따스한 자궁처럼 연꽃 봉오리가 벌어지는 것을. 우리의 몸속에 또 하나의 우주인 연지蓮池가 출렁이고 연꽃이 벌어지며 만생명이 숨을 타는 순간들을! 시방의 모든 창조의 순간들에 스며 있는 연꽃 향을 말이지요.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고말할때제온몸의감각이이토록투명하게 황홀한 것은 어머니 자궁 속에서 제가 이미 경험하고 꿈꾸었던 세계가 부처님 나라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스스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존재자체로 다른 것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생명의 첫이름자리에 어머니, 당신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그러하신 것처럼 말이지요.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하여 절 낳으셨다는 어머니. 여태는 무언
가 간구하기 위해 절집에 가곤 하셨지만, 이제제 손을 잡고 저
와 함께 걸으면서 절집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 향그러운 법문들
을 찬송하기로 해요. 들여다보고 매만지며 두런두런 세상 얘기
나누듯 말예요. 일주문부터 시작할까요? 아, 어머니도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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