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4  월 27일

통권 제 190호 1998년1월[191호] 통권 제 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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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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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허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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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성불원 현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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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의 방 - 이문구
   서민의 허리띠

 
작가라는 직업이 애당초 경제성이 없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어음이나 채권이니 증권이니 당좌수표니 양도성 예금증서니 하는 돈표를 써 보기는 고사하고 만져 본 적도 없었으니, 흑자 기업이 부도를 내게끔 하는 것이 전문 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종합 금융사라는 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더욱이 알 까닭이 없었다. 그런데도 국제통화기금(IMF)이란 말과 함께 풍미하는 경제 파탄, 경제 신탁, 경제 보호 조약, 국가 부도 위기, 국가 법정 관리 따위와 같은 흉악한 말과 더불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종금사 곧 종합금융사였다. 그래서 나름껏 공부를 하여 근근이 알았다는 것이 고작해야 종금사는 돈장사를 하는 데라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요즈음의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입이 발채만하다고 하더라도 그저 입다물고 국으로 있는 것이 옳을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러고 있기도 쉽지가 않다.
언론이라는 것이 내동 뒷짐지고 구경 만하고 있다가 어느 날인가부터 갑자기 나라가 금방 문에라도 닫게 된 양으로 야단법석을 떨어대니 내전 보살이 아닌 다음에야 누구인들 마냥 모르쇠로만 일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중소기업인은 부도 내고 자살하는 사람도 많건만’ 운운하며 전직 경제관료들에게 은근히 스스로 히직하기를 권하는 무자비함마저 예사로 드러내기까지 하지 않는가.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전현직 경제관료들이 미운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부총리가 전임 경제부총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담화문을 발표한 다음 ‘책임지겠다’고 힘차게 말했다고 한들 무엇이 또 달라질 것인가.
 
말로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 책임이 없다고 뻗대는 쪽보다 당장 듣기에는 나을는지 모르지만, 책임을 지마고 했으면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서 지겠다는 것인가. 예를 들어 98년도에 거두기로 했던 세금에서 삼조원을 더 거두겠다는 국민의 세금을 몽땅 자기의 사재로 대납하겠다는 것도 아닐 터이고, 종금사의 자금회수로 하루에도 육십여 개씩 쓰러지는 기업의 부도를 자기의 검은돈으로 막아 주겠다는 것도 아닐 터이고, 자기가 먼저 이백여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는 98년도의 새로운 실업자 전원에게 자기가 일자리를 다시 만들어 주거나, 취업을 할 때까지 실직 수당을 아직 세탁하지 않은 자기의 비자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것도 아닐 터이고, 도대체가 무슨 수단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책임을 안지겠다는 쪽의 말이나 책임을 지겠다는 쪽의 말이나 결국은 그말이 그말인 것이다.
경제적인 사안이 동장할 때마다 으레 해결의 열쇠는 오로지 이것뿐이라는 듯이 쳐들고 나서는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식의 근검 절약 운동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안 사고, 안 쓰고, 안 먹고, 안 입고, 안 보고, 안 하겠다는 말도 얼핏 듣기에는 기특하거나 갸륵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공장들은 공장들대로 재고품이 넘쳐나고 가게들은 가게들대로 때를 놓친 물건들로 미어지도록 해서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제조업은 제조업 대로 내수마저 부진하여 문을 닫고, 판매업은 판매업 대로 고객의 발걸음이 없어서 쉬고, 납품업은 납품업대로 주문이 줄어들어서 놀고, 유통업은 유통업 대로 물류가 끊기고, 건설업은 건설업 대로 건축자재가 바닥나서 일손을 놓게 하여 무엇을 어쩌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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