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9  월 26일

통권 제 191호 1998년2월[192호] 통권 제 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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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의 방 - 박종문
   큰 것과 작은 것

 
어느 소설가와 또 어느 시인이 작은 것의 소중함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왜 크고 위대한 것만을 추구하는지 모르겠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있지 않으냐, 오히려 작은 것들 속에 아름답고 미묘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더 많지 않으냐, 설령 기존의 기준으로는 무가치하다고 내버려진 것이라 하더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가치가 그 속에 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던 듯하다. 조금 통속적인 표현으로는 ‘작은 것의 미학’ 이라 일컬음직도 한 그런 뜻이었으리라.
작은 것도 소중하다는 반성적 지적은 딱히 작은 것을 강조하려는 것보다는 일이나 생각이나 사물의 크기로 가치를 결정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려는 데에 그 참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문제는 가치이지 일이나 사물의 크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생각을 한 걸음 더 진척시켜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 인류는 가치를 추구해왔다. 가치없는 삶이란 도무지 상상도할 수 없었다. 육신을 가지고 뜻한 바 의지의 내용을 집행하고 추구해 가는 인간의 삶 자체가 가치 관념 없이는 도무지 무의미하고 허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자라도 더 배우고 한푼이라도 더 벌고 한사람이라도 좋은 친구를 더 가지고 좀더 나아지고 좀더 훌륭해지고 좀더 예뻐지려는 사림들의 애틋한 노력은 그 모두가 가치를 전제하고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둑에서도 늘 반상최대盤上最大를 지향한다. 크게 길
게 볼 때 한 집이라도 더 큰 쪽을 먼저 취해야지 눈 앞에 아른
거리는 작은 이익에 연연하면 큰 것을 놓쳐 버린다. 결국 그런
어리석음이 쌓이면 바둑에서 질 수밖에 없다. 바둑과 마찬가
 
지로 인생도 좀더 큰 가치를 추구해서 더욱 높은 존재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그것이 훌륭하고 보람 있는 것이 되지 사소하고 무가치한 것에 매달려서 큰 것을 잃으면 그 인생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까지가 지금의 인류가 거의 무비판적으로 채택해 온 가치관념의 토대라면 이제 우리가 생각해 보려는 것은 과연 인생이란 바둑처럼 이겨야만 하고 사람은 반드시 훌륭해져야만 하는가 하는 막연한 의문이다.
설령 지더라도 순전히 재미로만 바둑을 둘 수는 없는가? 세상에서 널리 존경과 숭앙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 주위의 몇몇 사람들과 오손도손 그저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은 과연 무가치한 삶인가? 이런 물음을 던져보고 싶다.
어쩌면 너무 힘들지 않게 그렁저렁 조금은 재미나게 놀아가면서 시는 것이 가장 좋은 인생일는지도 모른다. 위대하다는 것, 크다는 것, 고상하고 훌륭하다는 것은 얼마나 힘겹고 가파른 일인가? 성자가 되고, 대예술가, 문호文豪, 대정치가, 석학, 거부巨富, 영웅, 천재가 되어 역사에서 위인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얼마나 막막하고 숨가쁜 일인가? 남자 같으면 그저 평범무비한 소시민 가장이 되어 처자식 사랑하고 몇몇 가지 일에 재미 붙여 몰두해 보기도 하고 어쩌다 바람 한번나서 가슴앓이 불륜의 사랑도 해 보고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은 과연 무가치한 삶인가?
작은 것이 소중하다는 그들의 얘기는 혹여 이런 생각을 함축하
고 있지는 않았을까? 실패하고 가난에 찌들고 과욕에 시달리고
무의미하고 잡초 같은 인생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있
고 살아야 할 필요와 가치가 있었기에 지금껏 살아왔던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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