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12  월 17일

통권 제 193호 1998년4월[194호] 통권 제 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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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보살持地菩薩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
도道란 간택揀擇함만을 꺼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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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암眞實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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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원을 세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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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의 방 - 사재동
   진실암眞實庵을 찾아서

 
제대로 공부할 때에, 그런 일에 끼어 들어,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논문도 좋게 쓰지 못하면서, 복잡, 분주하게 띈 결과가 이것뿐이란 말인가 스스로 부화가 치밀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섬신이 피로해지고 획기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어디론가 나 혼자만의 그 곳으로 도망가, 푹 쉬면서 심신을 조섭하여 무엇인가 못한 것을, 미진한 것을 골똘히 소신껏 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무도 몰래 죽어도 좋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출가자의 결심이었다. 그래서 일 년 동안 연구년제로 자유로워진 것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적어도 일 년 동안은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간곡하게 찾는 그곳은 물론 산사였다. 결국 심산의 사찰을 찾아 출가를 하자는 것이다. 출가의 시작이었다. 버스터미널로 가면서 줄곧 가본 절, 가 볼 만한 절을 떠올렸다. 가까이로부터 동학사, 비례사, 갑사, 마곡사, 수덕사, 무량사, 관촉사, 법주사, 불국사.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들이 주욱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 산사들에 대한 추억이 다 그럴 듯 하지만. 유독 관촉사 대
해서만은 치기 어린 기억이 있어 미소를 지었다. 고등학교 2학
년 말기 봄방학 때, 친구하고 관촉사에 갔다. 둘이 출가하여
머리 깎고 중이 되자는 것이었다. 용기를 내어 주지인 듯한 스
님을 만나 정중히 인사를 하고, 출가의 뜻을 밝혔다. 그 스님
이 미소지으며 묻는다. “학생들 출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
슨 절박한 사유가 있는가?” “아니요. 그저 출가하여 중이 되
면, 이런 데서 조용히 살고, 얼마나 좋을까 해서요.” 그 스님
은 벌써 알아차리고, “그런 정도라면 어서들 돌아가”라고 단
 
호히 말씀하였다. 우리는 그제서야 당황하여 여러 가지 핑계를 끌어대며 간곡히 청하는 양, 말재주를 부렸다. 그러자 스님은 수긍한다는 듯이, 그 출가 절차를 일러 주었다. 먼저 갖추어 가져 올 서류를 열거하였다. 출가신청서, 출가승락서(부모), 이력서, 호적등본, 신원증명서, 신원보증서. 신원진술서, 건강진단서 등등 생각나는 대로 불러대는데, 그것을 다 어렵게 받아 적었다. 서류가 너무 많았다. 출가는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구나. 우리는 스님에게 인사를 하고, 논산읍으로 나와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그 값을 합동으로 치르고 나니, 겨우 교통비만 남았다. 서로 마주 보교 약속이나 한 듯이 씨익 웃었다. “구비서류가 너무 복잡하지.” “그래 복잡해서 안 되겠다?” 그런 뒤로도, 계절 따라 가끔, 심히 불편할 때, 문득문득 ‘출가충동’ 을느끼고 산사를 찾아 모의 출가를 해 보았다.
이제는 형편이 다르다. 더욱 심각하고 본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른바 대찰은 내가 머물기는 벅찬 곳이었다.
그만큼 한적한 곳이 아닌데다, 스님들의 꽉짜인 수도생활 속에
나 같은 속인 한사람이 끼일 수가 없다. 그러자니 그 대찰의
암자 가운데, 아주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찾아가는 게 제격이
라고 생각했다. 먼저 동학사 쪽으로 갔다. 그 큰절을 밑으로
주욱 들어선 암자들이 찬연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그 가
운데서도 오래 전에 묵어 보았던 한 암자는 주지가 바뀌고, 신
축을 하여 외모와 분위기가 아주 달라졌다. 그 아래 아는 스님
한테 가서, 인사하고 법당에 절한 다음, 어렵게 그 청을 했더
니, 형편이 많이 달라졌다고 점잖이 거절을 하였다. 스님들 인
심도 세월 따라 변하는가 싶어 섭섭한 생각이 들였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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