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8  월 15일

통권 제 311호 2008년2월[312호] 통권 제 313호
  선우정담善雨情談
나한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
문수가 세존의 입을 막으니
  유마의 방
새해 벽두, 불경한 부담浮談 ..
  이달의 이야기
시작하는 마음
  이달의 이야기
송구영신
  이달의 이야기
미국에서 맞이한 새해
  화엄삼매華嚴三昧
선재동자 구도의 길
  영지影池
부산 명지사
  동화서도東話西道
섬 속의 섬, 인간의 치부
  호계삼소
칠곡 화성사 주지 종묵스님
 ▶ 다음목록

   유마의 방 - 김남일
   새해 벽두, 불경한 부담浮談 하나

 
유마의 방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아무리 그리워도 엽서를 쓰지 않습니다. 아니, 미처 그리워할틈도 없습니다. 연인들은 방금 헤어졌는데 그새 또 '안부'를 주고 받습니다.
이렇게 보면 사람들이 저노다 훨씬 더 많이 사랑을 하는 것 같은데, 넘쳐나는 그 사랑들이 미덥지만은 않은 것은 왜일까요.
'틈'이 없는 것도 한 까닭이겠습니다. 무엇인가 빈 듯한 틈. 그러나 그 빈틈에 항하사恒河沙처럼 많은 사연이 담길 수 있다는 걸 잊고 삽니다.

새해 벽두, 불경한 부담浮談 하나

2006년 12월 31일, 프랑스 남부 도시 낭트에 600여명의‘극단주의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의 명칭은“안 돼(Non), 2007년”. 목표는 분명했지요. 새해를 거부하는 것. 그들은 시위 내내“2007년은 안 돼(No to 2007)”,“ 지금이 더 좋다(Now is better)”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펼쳐든 채 구호를 외쳤습니다. 한 참가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전세계와 유엔은 12월 31일이 그 다음해로 넘어가는 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답니다.
 
올해가 아니라 2006년의 일로, 과문한 탓인지 이번에는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시계와 달력 제조업체에 압력을 가하겠노라 호기를 부리기도 했는데, 시계와 달력은 여전히 넘쳐납니다. 그들이 모이지 않았거나, 모였더라도 도무지 힘이 부쳤던 모양입니다. 나로서는 은근히 그들의 건투를 빌었는데, 이렇게 또 2008년 새해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하긴 흐르는 세월을 누가 무슨 힘이 있어 막겠습니까.

답답한 세상에 이런 우스갯감이라도 있어 그나마 좀 낫다고 여길 일인가요. 때로는 나라도 나서서 시위를 조직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나이 먹는 게 겁나서가 아닙니다. 다가오는‘내일’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더불어“지금이 더 좋다”던 낭트 시위대와 달리 나는‘오늘’도 마뜩치는 않습니다. 그‘오늘’도 이미 내가 꿈꾸었던 바의 시간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내가 꿈꾸던 시간은 어떤 것이었을까.
분세질속憤世疾俗의 시절도 있기는 있었는데, 그때 내가 무엇을 꿈꾸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합니다. 나로서는 다만 싸늘하게 사윈 잿더미를 뒤져 어슴푸레한 흔적이나마 좇을 뿐인데, 애를 쓰다보면 가령 어렵사리 이런 풍경 하나 쯤 만나겠지요.
 
 
    이전페이지

매우좋다 좋다 보통 그저그렇다 좋지않다
    친구에게 추천하기
 
다음페이지  


의견글이 없습니다.
 

해인지는 | 연혁 | 인사말 | 편집위원 | Site Map |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