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10  월 17일

통권 제 313호 2008년4월[314호] 통권 제 315호
  선우정담善雨情談
마애불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
신령스런광명한점천지를감싸고
  유마의 방
설거지 삼매
  명상의 뜰
누구도 버려서는 안된다
  이달의 이야기
스님들과 함께하는 자비행선
  이달의 이야기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달의 이야기
욕심 버리지 못하고
  이달의 이야기
줄고 늘어남이 없는 '길'
  살며 생각하며
세상에서 가장 크고 소중한 무..
  살며 생각하며
세상에 나갈 채비를 하고...
  화엄삼매華嚴三昧
선재동자 구도의 길
  영지影池
함양 용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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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의 방 - 김성우
   설거지 삼매

 
활안 스님은 수행자가 깨달음이 무엇이며, 어떻게 닦아야 합니까?’이런 질문을 해올 때면“네 설거지나 잘 하고 살아라”하며 퉁명스레 답하시곤 했다. 깨달음을 찾고 구하면서 요리조리 따지고 망상하고 분별하고 집착하는 너의 전도된 생각부터 비워서 설거지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설거지 삼매

“여보, 빨리 일어나 설거지 안 하고 뭐해!”
“아~, 알았다니께!”

아침마다 아내(집에서는‘마님’이라 부른다)는 방문을 열자말자 고함을 지른다. 그러면 화들짝 놀란 나는 이불 위에서 버티다가, 계속되는 속사포 잔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주방으로 향한다. 눈곱만 떼어낸 채 고무장갑을 낀 후 그릇을 하나씩 닦고 물로 헹궈내는 가사노동으로 나의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이런 풍경이 벌어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년 전, 12
년 동안 다니던 현대불교신문사를 나와 전업작가로 홀로서기를
하면서부터 하루 한 번 정도 거들던 설거지가 올해부터는 어
느덧 전적으로 내 몫이 되고 말았다. 꼬박꼬박 나오던 월급 대
신 부정기적인, 그것도 그리 넉넉지 못한 생활비를 주다 보니
집안에서 발언권이 약해진 것은 뻔한 일. 아내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유일하게나마 가사노동을 돕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약 30분 정도 소요되던 설거지 시간이 이제는 20분 정도로 단축될 만큼 나날이 설거지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다. 또, 마지못해서 하던 설거지도 어느새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닦는 선객의 심정이 되어 자연스러운‘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점검하는 공부가 되고 있다. 이게 뭔 말이냐 하면, 설거지하면서 얼마나 분별심과 망상을 일으키지 않고 설거지에만 몰두하고 있는가를 돌아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설거지 수행’은 달인達人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음에 분명하다. 아직도 내게 설거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번거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설거지보다는 그 시간에 일을 하거나, 염불ㆍ주력을 하거나 좌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설거지는 아내가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내 역시학원 강사를 하며 이중의 일부담을 떠 안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설거지는 내게 많은 깨우침을 주고 있는 불사佛事
임에 틀림없다. 설거지를 하다보면‘아내가 참 힘든 일을, 하
루 세번씩 반복하는구나’,‘ 세상의 많은 보살님들 덕분에 모
든 가정과 사회가 저절로 굴러가는구나’하고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음식의 찌꺼기를 치울 때면, 맛있고 향기롭게 느끼던
음식을 어느새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로 인식하고 있는 간사
한 분별심을 확인할 수도 있다. 수행하는 시간, 설거지하는 시
간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망상 역시 확연히 자각된다. 일상삼매
一相三昧, 일행삼매一行三昧를 말하면서도 완전히 훈습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일체를 하나(일심, 무량광불)로 보는 일
상삼매가 되지 못하고, 그것이 쭈욱 이어지지도 못하니 일행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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