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년 8  월 23일

통권 제 183호 1997년6월[184호] 통권 제 185호
  진리의 실천자들
보현보살普賢菩薩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
백길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유마의 방
불이 不二의 미소
  내 곁의 부처
무심이 되면 관세음보살을 만..
  일체중생불
스님
  죽비의 소리
업보業報로 태어난 존재
  감로의 샘
뒤로 세 걸음 물러나면서 생각..
  머물고 싶은 경구
찔레꽃 단상
  이달의 이야기
정보사회의 선분별善分別
  이달의 이야기
고려대장경의 전산화와 불교의..
 ▶ 다음목록

   머물고 싶은 경구 - 영덕
   찔레꽃 단상

 
그동안 평안하신지요. 스님 떠나신 지 달포가 지났습니다.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허셨지요. 그동안 시나브로 꽃잎이 지고 둔덕에 핀 쩔레꽃도 하얗게 마지막 꽃잎을 떨구고 있습니다. 찔레꽃 속에는 어릴 때 잃은 오라버니의 그리운 눈매가 있고, 예쁠 것 없어도 평온한 미소가 있는 누이의 동그란 얼굴과 서랍깊숙이 두고 아끼던 박가분 향기가 있어서 이 꽃을 좋아합니다.
오동꽃 지고 찔레꽃 필 때면 내 속에서 반란이나 혁명과 같은 뜨거운 출렁거림을 만나는데, 그것은 무언가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지병입니다. 아니 천형인지도 모릅니다. 여러 날 불면의 밤을 지새우지만 날이 밝으면 빛바래어 버리는 언어들을, 소각하며 완성되지 못하는 유산의 아픔으로 절절해 합니다.
오늘 절에 다녀 왔는데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 행하니 비어 있는 것은 유무를 분별하는 제 마음에 속는 것이겠지요. 오백성중을 부르며 백일기도를 회향하시는 스님의 모습을 청년회 법우님들과 법회 때마다 지켜 보았습니다. 지성스러운 등 뒤에서서 외람되이 저는 제 삶에 투영되는 환영들을 보았습니다. 산다는 것, 삶의 여정과 결과, 마땅히 추구해야 할 그 무엇, 지금 이 순간의 좌표. 인간의 생각과 가치, 사람과 사람에 대한 관심… 사람이 무엇엔가 열중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요. 기도에 열중하시는 스님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그윽한 향내음으로 새로이 다가왔습니다. 향내가 나는 스님도 귀한 분이지만 그 향내를 맡을 수 있는 순수한 마음도 귀한 것이겠지요.
지난번 보내 주신 「미란다왕문경」은 법화경에 이어 제가 만
난 두번째 경전입니다. 메난드로스왕의 희랍적 사유와 나가제
나 비구의 인도 사상에 입각한 논리, 상식의 비상식성 대화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평소 가지고 있던 의문인 진실한 지혜, 윤회의 세계, 불교의 시간론, 출가의 의의와 서원 등 존재론과 자기에 대한 응시 등은 시대와 풍토 정서나 표현 방법의 차이로 인해 이해되지 않는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간존재의 내면에 관한 테마나 자기 경험과 노력을 통한 본질적 향상, 이것은 제가 가치를 두고 늘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미란다왕문경」에서는 비유로 논리를 전개하는 그 나름의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예를 하나 들면 ‘시간의 영원성’에 관한 대화인데 “존사 나가세나여, 당신은 ‘시간의 최초의 기점은 인식되지 않는다’ 고 하셨습니다. 그것에 대해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이시여, 작은 씨를 땅에 심으면, 싹이 나고 점점 자라나서, 드디어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열매가 씨가 되기 때문에 싹이 나오고 그것이 자라 다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런 일의 되풀이에는 끝이 있겠습니까?” “존사여, 끝은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그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최초의 기점도 인식할 수 없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닭이 알을 낳고 알에서 닭이 나옵니다. 이런 작용에는 끝이 있겠습니까?” “존사여, 끝이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지금 제가 땅에다 그린 이 원에 끝에 있겠습니까?” “존사여, 끝이 없습니다.”“대왕이시여, 그것과 마찬가지로 윤회의 생존에도 처음은 없습니다.”
이 대화를 보면 이천 년 전의 논의와 요즘 우리들의 논의가 별로 다름이 없습니다.
 
 
    이전페이지

매우좋다 좋다 보통 그저그렇다 좋지않다
    친구에게 추천하기
 
다음페이지  


의견글이 없습니다.
 

해인지는 | 연혁 | 인사말 | 편집위원 | Site Map |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