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5  월 23일

통권 제 313호 2008년4월[314호] 통권 제 315호
  선우정담善雨情談
마애불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
신령스런광명한점천지를감싸고
  유마의 방
설거지 삼매
  명상의 뜰
누구도 버려서는 안된다
  이달의 이야기
스님들과 함께하는 자비행선
  이달의 이야기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달의 이야기
욕심 버리지 못하고
  이달의 이야기
줄고 늘어남이 없는 '길'
  살며 생각하며
세상에서 가장 크고 소중한 무..
  살며 생각하며
세상에 나갈 채비를 하고...
  화엄삼매華嚴三昧
선재동자 구도의 길
  영지影池
함양 용추사
 ▶ 다음목록

   살며 생각하며 - 이해성/극작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소중한 무엇

 
세상에서 가장 크고 소중한 무엇
세상에서 가장 크고 소중한 무엇
이해성/극작가

방문을 열고 툇마루로 나서니 훅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에 어깨가 움츠러든다. 바짝 얼어 있는 새벽공기에 코끝이 시려왔다. 세상이 하얗다. 눈이 왔나?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지고 있다. 맑고 투명한 별빛 사이에 보름달이 둥실 떠 있다. 달빛이 세상을 하얗게 비추고 있었다. 얼이 나간 듯 멍하니 달을 봤다. 세상에. 교교하고 관능적인 달빛이, 유혹하고 설레게 하고 동하게 했다. 알 수 없는 욕망과 그리움이 일렁거리며 내 속에 잠자고 있던 전설의 늑대가 꿈틀 깨어나고 있다. 차갑고 푸른 달빛. 새로운 만남은 꿈결처럼 몽롱하게 백색의 세계로 다가왔다.

2007년 12월 25일 성탄절. 노트북과 짐을 싸들고 서울을 떠나
가야산 골짜기로 찾아들었다. 홍제암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
예불을 나서는 길은 그렇게 환한 달빛이 나를 흔들어 놓았다.
잊어버렸던 자연의 숨결이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척추를 곧게
펴고 타고 올라 뇌 속을 휘감아 쓸어내렸다. 해인광장(해인도
가 있어서 내가 붙인 이름)에서 맞닥뜨린 법고의 가슴 벅찬 박
동과 범종의 장엄. 대적광전에서 수십 명의 스님들이 신심으로
울려내는 새벽예불. 절을 하며 부처님께 감사하고 인복에 감
사하고 살아 있음에 감사했다. 그래, 이런 환경이면 불후의 명
작을 쓰겠다. 잘하면 까짓 해탈까지도 하겠다. 그런 결기를 다
 
지며 미간을 좁히고 눈에 힘을 주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몰골이 말이 아니다. 수염은 까칠하고 머리
는 기름 범벅이다. 온수가 나오긴 했지만 세면장이 추워 씻기
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해가 중천에 올라서야 고양이 세
수를 하고는 그만이었다. 머리는 딱, 한번 감았다. 무엇보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속가에서의 버릇 대로 1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그나마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바람소리가 우우 들이치
며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방문을 흔들어댔고, 가끔은 바람에
미닫이 문이 열리기까지 했다. 찬바람이 방문을 통과해 코끝을
지나 뒷벽으로 지나다녔다. 절집의 바람은 도력이 있는지 벽
을 통과해 다닌다. 애써 잠을 청해 간신히 잠속으로 빠져들 만
하면 그때, 목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기다 목탁소리가
점점 방 쪽으로 다가왔다. 점점 커지는 목탁소리를 따라 가물
거리던 의식도 점점 또렷해졌다. 목탁소리가 온 경내를 돌아다
니며 천지사물을 다 깨웠다. 목탁소리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
지를 보여주겠다는 듯 학인스님은 최선을 다해 목탁을 쳤다.
천둥소리처럼 머릿속을 울렸다. 초롱초롱 눈이 맑게 떠졌다.
시계를 보니 3시다. 젠장. 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시 누웠다.
잠시 후 목탁소리는 멀어져 갔지만 목탁소리의 효험으로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설상가상 오줌까지 마렵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옷을 껴 입었다. 털모자에 장갑까지 꼈다. 소변 한번
보는데 중무장이라니. 5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던 화장실은 전
설의 고향이다. 찬바람 맞으며 으스스한 화장실에 갔다 오면
정신이 그렇게 맑아질 수가 없다. 화장실을 다녀와 시계를 보
니 4시가 넘었다. 불굴의 의지로 다시 잠을 청했다. 가물가물.
 
 
    이전페이지

매우좋다 좋다 보통 그저그렇다 좋지않다
    친구에게 추천하기
 
다음페이지  


의견글이 없습니다.
 

해인지는 | 연혁 | 인사말 | 편집위원 | Site Map |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