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10  월 17일

통권 제 190호 1998년1월[191호] 통권 제 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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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성불원 현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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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계삼소 - 김영옥
   원주 성불원 현각스님

 
자, 이리로---분홍 치마
노란 저고리에 까만 조바위까지 얹은 아이들이 가지런히 놓인 의자를 향해 와르르 몰려간다. 그것들은 한꺼번에 움직이는 물고기 같다. 자리를 옮겨 사진기를 쳐다보고 앉았으면서도 한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머리에 올린 것 만지고, 입은 것, 여미고, 옆놈이 걸어오는 손장난 털쳐 내고---구월에 핀 과꽃처럼 또랑하고 맑은 아이들, 부처님을 뒷배경으로, 가운데는 스님을 화심으로 삼은 꽃밭이다. 성불 유치원 원아들은 한 학기 과정을 끝내고, 구중중한 바깥 날씨와는 상관없이 화창한 이층 법당에서 기념 사진을 박고 있었다.
우산을 쓸까말까 싶게 내리는 비로 촉촉히 젖은 유치원 모래밭에서 아마도 형이나 누나를 따라온 듯 싶은 아이 하나가 따로 놀고 있었다. 아이란 또래와 함께 몰두할 일 있을 때말고는 늘 시큰둥하다. 늘 뻔한 소리만 묻는 어른들에게 특히 그렇다. 법당 가봤니? 네. 안 무섭니?---안 무서워요.
기억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앞뒤가 없다. 아버지의 뒷등에 달
라붙어서 논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발견한 크고 붉은 다알
리아꽃 한 송이, 뭐 이런 식이다.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이라 그
러셨을까. 어쩌자고 그렇게 늦은 시각에 집을 떠나 절로 가게
되었던지, 달빛이 희게 되쏘이는 좁은 산길을 할머니를 따라
걸어가던 것도 있다. 자글거리고 끓는 방에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있다가 앗, 하며 들었던 이야기 한 토막도 있다. 치
질에는 청개구리를 들깻잎에 싸서 냉큼 생키면 즉효라카대. 바
깥에서 기웃이 들여다본 법당은 번쩍거리는 불상도 그랬거니와
, 늘어뜨려진 종이 조각, 우중충하고 알 수 없는 그림들, 그리
 
고 빛이 닿지 않는 후미진 곳의 어둠뿐이던 무서운 것이었다.
산 속에서 어둡던 법당이 마을 속으로 내려오면서 환해졌다. 이제 법당은 아이들에게 더 이상 외경스럽기만한 곳, 들어가기 싫기 만한 곳이 아니다. 원주의 공설 운동장에서 멀지 않은 성불원도 그렇다.
대지 사백 평 , 백이십 건평의 이층 건물인 이곳은 ꡒ원주지역 불교 포교의 대부ꡓ라 불릴 만큼 왕성한 포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각스님이 원주에서 이룬 십 년 행장의 출발점이자 터전이 되어 준 곳이다. 논과 밭뿐이던 이 일대가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된 것은 일천 이백 세대가 입주해 살고 있는 주공아파트단지가 들어선 뒤부터이니, 다섯 해쯤밖에 되지 않는다. 어렵사리 땅을 마련해 일층 건물은 올렸지만 세를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고, 지하에 모셔진 법당은 방수가 잘 안되어 여름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물이 차 방석이 둥둥 떠다니곤 했다. 단층 건물이나 건물의 꼭대기에 법당을 모시지 않는 한 도시 건축의 구조가 그 형편을 감수 할 수밖에 없겠는데도, 사람들은 입주자의 발소리를 위로부터 전해 듣는 테다 부처님 모신 곳을 제 절로 삼기를 꺼려했다. 더구나 자연광이 없는 지하실이었다.
어렵게 시작된 출발이라 첫 삼년은 법회 때마다 오늘은 몇 사람이나 더 모이려나 신경이 써졌다. “오는 사람”에 대한 강박 관념 떨치고 “할 일”을 찾아 몰두해 보리라 마음먹은 것은 우선 그런 제 마음이 견디기 힘들어 마련한 자구책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삼 년쯤이 지나 이층에 건물을 지어 부처님을 모셔 올린 다음 일층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유치원을 개원하고 나서부터 일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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