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10  월 17일

통권 제 190호 1998년1월[191호] 통권 제 192호
  고려대장경과 사람들
수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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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장경과 사람들 - 이윤수
   수기스님

 
수기스님 혜존.
칠백 년 세월을 묵힌 뒤에 띄우는 편지 사연입니다. 어떤 인연이었기에 칠백 년 뒤의 후손이 낡은 옷자락에 배어 있는 묵은 땟자국 같은 그리움으로 스님께 서신을 띄우는 것일까요.
세상에 전하는 스님 관련 기록이란 몇 줄 되지 않건만 제게 스님은 ‘수기’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가슴 설레이는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스님의 존함을 맨 처음 접한 것은 소설「대장경」에서였습니다.
몽고의 장수 살리타이가 부인사에 침입해 고려의 스님과 민초들을 몰살시키고, 그 곳에 봉안돼 있던 대장경을 불태우는 것으로 시작하는 조정래 선생의 소설「대장경」.
그 소설에서 스님은 남다른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뒤에 장경각을 짓는 대목수 근필입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드러나지 않는 주인공은 바로 스님이셨습니다.
대장경 조성을 계획하는 최씨 무선정권을 향해 스님은 ‘백성의 원성을 엉뚱한 불사로 회피하지 말라‘고 준엄하게 꾸짖고 있습니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진행될 불사 앞에서 소설 속 스님은 ‘차
라리 이루어질 불사라면 그 의도가 더 순수한불사가 될 수 있
게 하자’고 다짐하십니다. 그리하여 스님이 주도하신 대장경
불사는 마침내 전란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흩어진 마음을 모우
는 정신적 구심점이 되었고, 현실적인 고통을 불심으로 승화시
키는 신앙의 귀의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장경 조성에 참여하
는 백성들을 독려하며, 하나의 오자도 없이 완성도 높은 대장
경을 빚어내신 스님, 스님 곁에선 산적도 정의로운 인물로 거
 
듭났고, 무수한 민중의 발원은 스님 곁에서 꽃피어납니다.
소설은 역시 소설인지라 초인적인 혜안, 불세출의 의지가 영웅담을 뛰어넘기도 하지만 소설 속에서 스님은 완벽하게 정의롭고 부족함 없이 눈 밝게 사는 분이었습니다.
이토록 방대한 수기스님 자료를 어디서 구했느냐고 조정래 선생께 여쭈었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구했지요”
그렇습니다. 몇 줄 남아 전하지 않는 스님을 그리려면 자료에 바탕을 둔 ‘상상력’만이 가장 큰 힘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차피 소설은 허구라 하더라도, 퍽 지나버린 세월 속에서 다시 만난 스님은 또다시 완벽한 분이셨지요.
다큐멘터리 고려대장경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뒤지면서 이 엄청난 대결집을 진두지휘한 분이 수기스님이었다는 대목은 다시금 ‘옛사랑’을 떠올리듯 두근거리는 심정이었습니다. 동국대 도서관 지하 창고, 빛 바랜 한지에 새겨진 인경본 고려대장경 목록속에서 스님의 이름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기’라는 이름뿐 스님에 관한 정보는 최자의 「보한」에 실린 짤막한 내용과 고려의 스님들이 함께 남긴, 고려국 신조대장 교정별록에서 겨우 엿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렇게 스님과 인연되면서 저는 하염없는 ‘물음표’를 지녀야 했습니다. 왜? 어떻게? 과연?---
허공을 향해, 스님을 향해 무수히 되물어야 했던 것은 턱없이
부족한 자료 때문이었지요. 왜 스님의 기록은 전하지 않는 겁
니까? 여전히 어느 다락방 고문서 속에 잠들어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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