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9  월 26일

통권 제 193호 1998년4월[194호] 통권 제 195호
  호계삼소
해인사 홍제암 종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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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계삼소 - 김영옥
   해인사 홍제암 종성스님

 
연두빛 새 순의 잔치가 시작되었다. 그 섬세하고도 역력한 기미가 회갈색과 사철 푸른 암록색 나무가 짓는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그러나 볕은 고우나 바람 끝이 사나운 날도 뒤섞인다. 섬진강 강가의 매화는 절정을 넘기고, 그보다 더 황홀한 낙화를 시작했다는데, 그 꽃소식이 네 소식이 되기는 아직 이르다 이른다. 마을과 산의 봄소식이 다르고, 산의 이편과 저편의 소식이 다른 법이다.
해인사 가는 길이 꿈처럼 혼곤하더니 , 차창 밖으로 흘러가다 심중에 자리잡는 풍경 하나 있다. 곱게 빗은 머리처럼 이랑이 반듯이 갈린 들의 끄트머리에서 산이 문득 시작되니, 그사이로 난 길,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그 경계로 수건 쓴 아낙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둘지도,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은 한결같은 걸음걸이다. 오고감이 엄정한 사철의 발걸음에서 어느 때 문득 느끼는 서늘함, 때가되면 떠나는 철새들, 그 소소한 목숨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며 이르는 소소하지 않은 이치를 깨달을 때의 서늘함, 그 아낙들의 무심한 발걸음에서 그 서늘함을 다시금 느낀다. 토끼처럼 급히 뛰어 보려는 자, 거북의 항상한 발걸음을-이길 재간은 없으니, 제 속에 부풀려 놓은 부박한 욕망에 휘둘려 제풀에 쓰러지고 말기 때문이다. 겨루어야 할 상대는 거북이 아니라 늘 제 속에 있는 ꡒ존대한 자존심ꡓ 이다.
백운을 지나 시작되는 가야산 구비길 어느 모퉁이에서 임을 한
할머니 한 분을 만난다. 쑥, 돋나물, 돌미나리, 나생이, 뭐
이런 것들이라요. 윗몸만한 보퉁이를 들이 밀며 차에 오른 할
머니가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옥비녀는
푸르고 바람에 시달린 볼은 붉었다. 약수물-길러 온 사람들이
 
좀 있을라나. 산비탈을 넘어 이른봄나물을 캐서 돈 사는 일쯤이야, 흐트러진 머리 다시 쓸어 올려 비녀로 거두는 것과 진배 없다는 듯, 무심한 그 얼굴에 다시 서늘해진다.
해인사 입구, 석벽과 홍송의 그늘 아래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차다. 이 길은 맑은 흙길로 남아 차를 버리고 걷지 않을 수 없어야 하고 말고.
사비하는 말이 귀에 닿을까봐 흐르는 물소리로 산을 온통 휘덮어 놓았더라. 고운 선생이 읊었던 계곡 사이에 자리 잡은 터, 해인사는 일주문과 장경판전을 잇는 축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으로 당우가 벌려선 품이 배와 같은 곳이다. 그는 이 산중에 신발만 남겨둔 채,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과 함께 사라졌다. 그 배가 안녕함을 알려는 깃발처럼, 그가 심었다는 판전 옆 전나무만 오늘도 건재할 뿐이다.
판전을 떠받드는 기둥의 수효는 백팔개, 오대 적멸보궁처 못잖은 기도처로서, 여기서 올려는 기도는 영험이 있다하였다. 천년만가서야 되겠습니까. 종성스님은 그리 말했다. 이가 맞지 않는 기와사이로 습기가 스미어 서까래를 녹이나, 그것을 말리려고 판전 지붕위로 덧집이 씌워지고, 판경을 실은 시렁에는 광목천이 휘감겨 있었다.
한양에서 이운되어 이 곳에 보관된 지도 육백 년, 팔만의 경판은 한사람이 새긴 것처럼 글자의 모양새는 드나듦이 없어 일매지고, 글자 한 자 새기기 전에 절 세 번, 그 일 끝나면 또 절을 세 번 올리는 성심으로 십륙 년 불사를 마무리했다.
경상도에서 다시 볼 수 없는 뾰족 바위가 연봉으로 이어져 있
는 가야산은 화기가 숭한 곳이다. 그 화기를 누르려 오월 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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