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8  월 15일

통권 제 311호 2008년2월[312호] 통권 제 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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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황<문원도권文苑圖卷>
책상과 씨름하다 눈(雪)을 만나다
김현정

그림을 고르려고 그림책을 뒤적이다가 어느 한 작품에 눈이 머물렀다.
중국 북경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으로 당唐나라 때 한황韓滉(723~787)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문원도文苑圖라는 제목이 붙은 것으로 네 사람의 선비들이 나무 아래 앉고 서서 장차 문장을 다듬거나 글을 추리고 쓰는 모습의 그림이다. 그들 중에는 혹 의논하는 사람도 있고, 혹은 그것을 물끄러미 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 중 큰 바위 위에 몸을 앞으로 의지하고 손에는 붓을 들고 턱을 괴고 서서 하늘만 망연히 보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오늘도 하염없이 책상머리에 앉아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과 어찌나 그리도 같은지 한참을 웃었다.
그림을 보아하니 당나라 때 그림이라고 하기엔 그 전해 내려오는 말이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되기는 하나 남송 황제였던 휘종이 왼쪽 상단에“한황이 그린 문원도(韓滉文苑圖), 정해년에 쓰다(丁亥御札)(1107), 천하일인天下一人”이라고 적었으니 적어도 남송 이전에 그린 것만은 확실하다 싶다.
 

한황은 당나라 때 유명한 재상이었는데 그림과 글씨에 뛰어났다고 전한다.《 선인전仙人傳》에도 그 이름이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행적이 예사 인물은 아닌 듯하다. 선인이라고 전할만한 그도 글쓰기는 어려운 바가 있었는지, 아니면 항상 머리 속에서 손끝으로 글이 바로 직선 연결되어 나오는 달필達筆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 경우만 보더라도 생각을 적어야 하고 게다가 기한이 있는 글쓰기는 참으로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전에 전해들은 이야기로 아침에 눈을 뜨면 허공에 글 쓸 거리가 날아다닌다던, 그래서 그것만 추려 모으면 된다던 유명한 시인의 이야기에 얼마나 감탄에 경탄을 더했는지 모른다. 나 같은 둔재鈍才로 말하자면 별것 아닌 글을 쓴다고 며칠을 두고 책상과 한판 씨름에도 결판이 안 나서 삼세판에 다시 연장전까지가 하루 이틀이던가…. 그래서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지 않다. 이런저런 망상으로 내 눈길도 다시 창窓을 건너 허공으로 가려는데, 소록소록 내리는 눈(雪)과 덜컥 마주쳤다. 어제 밤 꿈결에 언뜻 눈이 오더니, 아, 어제부터 하늘이 벼르고 벼르던 눈이다. 간밤엔 그리 춥지 않아 눈이 오겠는가 의심하였지만 밤새 추워진 새벽 공기가 사라락 빗물을 말려버렸는가 보다. 샅바 잡고 씨름하던 책상을 팽개치고 밖으로 나가 아직 밟지 않은 눈을 바라보다가 또 그위에 발자국을 내보기도하며 한참을 놀았다.
다시 들어와 그림을 보니 화면 속의 턱을 괸 선비도 나름대로 고민스런 표정이기는 하다. 그럼 그렇지, 그의 표정을 보니 나도 안심이다. 고금의 문인 논객들이 모두 그 아름다운 문장들을 고민 없이 썼다고 하면 내속이 별로 좋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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