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 카테고리 >
편지로 읽는 불교교리
 현응
마음ㆍ부처ㆍ중생
 현응
보살만행(菩薩卍行)
 현응
불국정토(佛國淨土)
[1] 2

   - 현응
   마음ㆍ부처ㆍ중생

사제님에게
벌써 가을입니다. 단풍물든 산자락엔 소슬바람이 우수수 불고 계곡에는 푸른 물빛이 가득 고여 있읍니다. 지난 봄 피 고 지던 꽃잎이랑, 더위와 태양 아래 꿋꿋하게 푸르던 잎새는 이제와 생각하니 모두가 변화하는 우리 삶의 한 단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내내 ‘깨달음”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를 했지만 중요한 점은 그물에 새어나가 버린 것 같아 마음 한구석 허전합니다.
우리 불교는 이천여년에 걸쳐 다양한 문화권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교리적인 풍부함이나 첨예함을 얻게 되었지만, 그런 한편 정통적인 태도와는 함께 할 수 없는 이질적 요소들도 수용하게 되었읍니다. 그 중 우리로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교가 한문 문화권으로 유입되면서 본래의 투명하면서 질긴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을 자연주의적 색채가 너무나 짙은 중국인의 세계관 속으로 용해시킨 일이었읍니다.
이를테면 선종에서 자주 인용하는, 유명한 승조법사의

천지는 나와 동일한 바탕이며, 만물은 나와 한 몸이다
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切

라는 설법은 이해하기에 따라 중국의 도가(道家)사상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문맥 자체도 장자의 ‘제물론’중
 
천지는 나와 함께 태어났고 만물은 나와 하나이다
天地與我보生 萬物與我爲一

라는 귀절과 유사하지만 승조스님이 본체(体)나 현상(用)의 이원적 사고의 틀을 가진 도가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고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불교가 한역화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중국사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한편으로 중국인들은 기존의 중국적 사고 방법으로 불교를 왜곡되게 받아들인 바가 적지 않으며, 이 점 이 후세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되는 요인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점들이 철저히 비판되지 못한 채 은연중에 불교 속에 깃들어 오늘에까지 수행과 실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입니다.
특히 도가 사상은 불교에 가장 많은 혼란을 주었습니다. 도
가 사상에 의하면 모든 삼라만상의 존재(有)는 없음(無)이나
비어 있음(虛)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곧 현상세계의 모습은
갖가지 변화와 차별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들의 밑바닥엔 보편
적인 무(無)가 꿰뚫려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상의 여러 가
지 모습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주체적인 존재
를 성취하기 위해선 이러한 무의 경지로 되돌아갈(復歸) 필요
가 있다고 생각하지요. 현상의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무의 심
연에 다다라 그곳으로부터 현상의 참된 뜻을 통찰하자는 것이
지요. 정통적인 도가 사상가인 왕필(王弼)은 다음과 같이 말했
읍니다.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해인지는 | 연혁 | 인사말 | 편집위원 | Site Map | Contact Us